데카단
DECADAN IS
1. 영화의 나라, 영화의 백성
데카단은 단순한 영화 제작 집단이 아니다. 우리는 ‘영화의 나라’를 개국한다. 이 나라는 지리적 국경이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영화적 법칙과 감각만이 지배하는 공간이다. 영화의 나라는 현실의 논리에서 벗어나, 인과관계가 무너지고, 시간과 공간이 재구성되는 곳이다.
이 나라의 ‘영화의 백성’들은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영화의 일부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살아간다. 삶 자체가 영화이며, 그들은 카메라를 의식하며 연기하지 않지만, 본능적으로 영화적인 존재로 살아간다. 데카단의 영화는 이러한 영화의 백성들이 만들어내는 움직임과 시간을 포착하는 과정
이다.
여기서 이들은 ‘영화의 나라’라는 국적을 가진다. 제 3의 나라라는 점을 주의 깊게 주목하여, 실존하는
세계의 모든 국적들은 여기서 섞이거나 혼합, 배제 될 수 있다. 그들의 언어, 문화, 사고방식은 뒤섞여 있
으며, 이는 현실 속 어느 국가에도 속하지 않는 제3의 공간을 창출한다.
이는 단순한 글로벌리즘이 아니다. 영화는 언제나 특정 문화에 갇혀 있었다. 데카단은 영화의 본질을 재
구성하여, 특정한 민족적 감수성에 종속되지 않는 새로운 영화적 정체성을 만든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영화적 보편성이다.
2. 시간-움직임
질 들뢰즈의 철학을 넘어서 질 들뢰즈는 ‘운동-이미지’에서 ‘시간-이미지’로의 전환을 통해 영화가 어떻게 철학적 사유의 도구가 될 수 있는지 설명했다. 데카단은 여기서 더 나아가, 시간성을 해체하고 영화 속에서 전통적 시간 개념을 무너뜨리는 방식을 탐구한다. 우리는 단순한 비선형 구조를 넘어서 시간의 흐름 자체가 붕괴된 영화적 순간을 창조한다. 과거와 미래가 뒤섞이고, 인물들의 기억과 감각이 뒤틀리며, 절대적 현재가 사라지는 영화. 이를 통해 데카단은 ‘시간 없는 영화’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3. 내러티브의 해체와 새로운 숏의 연구
데카단은 내러티브를 단순히 해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누벨바그가 했던 방식, 몽타주를 깨뜨리는 방식은 이미 시도된 것들이다. 우리는 새로운 방식으로 내러티브를 전복할 것이다. 이야기의 서사가 명확히 존재하지만, 그것이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될지는 영화마다 다르게 구성될 것이다.
이를 위해 데카단만의 숏 개념을 도입한다. 기존의 롱테이크와 필로우 숏을 답습할 수 있지만, 정형화된 영화 문법을 따르지 않는 숏을 연구한다. 이는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영화적 현실의 본질을 탐구하는 과정이다. 숏은 활극성과 리듬을 토대로 감각을 우선한다. 데카단은 문학적 내러티브에 의한 의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과잉된 숏을 거부한다.
4. 저예산과 창의성: 기술이 아닌 본질로
데카단은 도그마95의 선언을 일부 차용하되, 이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영화의 본질을 회복
하는 수단으로 삼는다. 우리의 영화는 컬러여야 하며, 특수 조명 사용은 지양한다. 만약 충분한 빛이 없
다면, 그 장면은 있는 그대로 촬영될 것이다. 이는 단순한 제약이 아니라, 영화적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
아내기 위한 원칙이다.
과도한 촬영 장비의 사용 또한 제한된다. 최근의 상업 및 독립 영화들은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그
결과 영화적 감수성이 퇴색하고 있다. 관객들은 화면의 기술적 완성도에 몰입하지만, 정작 작가의 창의
성은 기술적 자유 속에서 오히려 갇혀버린다. 우리는 영화 제작 방식의 본질을 되돌아보며, 불필요한 기
술적 과시 대신 영화적 경험을 우선시할 것이다.
이는 단순히 과거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아니다. 우리는 기술을 경계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영화적
표현을 방해하는 순간을 경계한다. 위대한 선배들의 길을 복습하면서, 진정한 창의성이 무엇인지 탐구할
것이다. 데카단의 저예산 영화는 자본과 기술이 아닌, 영화적 사유와 감각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5. 데카단의 실천과 미래
데카단은 단순한 영화 제작 그룹이나 프로덕션이 아니다. 우리는 이 철학을 바탕으로 새로운 영화 운동을 만들어낼 것이다. 독립적인 제작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존의 배급 방식과 상영 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운동으로 나아갈 것이다. 데카단은 영화제 출품과 함께 온라인을 병행한 새로운 배급 방식을 모색할 것이며, 독립 영화 제작자들과 연대하여 영화 산업의 대안적 흐름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이에 따라 데카단은 단순한 제작 그룹을 넘어, 하나의 영화적 사유 방식이자 예술 운동으로 성장할 것이다.
우리는 영화를 변화시키고, 영화의 나라를 확장해 나아갈 것이다. 우리의 숏은 설명하지 않고, 해석을 요구하지 않으며, 감정을 유도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단지 움직임을 구성하고, 시간을 붕괴시키며, 감각을 풀어놓을 것이다.